3살 아이부터 78세까지…'179명 사망·실종'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비탄
12월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181명 중 177명 사망 확인·실종자 2명으로 야간 수색 진행
10세 미만 5명, 10대 9명 탑승 확인…가족·모임 단위 다수
국토부 "랜딩기어 수동 조작 가능" 원인 규명에 시일 걸릴 듯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변 사고의 희생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구조당국은 탑승자 181명 가운데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77명으로,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방청은 29일 오후 7시10분 현재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177명이 숨지고 2명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 2명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야간에도 수색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생존자는 수색 초기 구조된 20대 남녀 승무원 2명이다.
사고 여객기에는 가족이나 모임 단위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승객들이 다수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승객은 175명이었으며, 승무원은 6명이 탑승했다. 승객의 성별은 남성이 82명, 여성이 93명이었다. 탑승객 중 외국인은 태국 국적의 20대, 40대 여성 2명이 확인됐다.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3세 남아로, 10세 미만 아동이 5명 탑승했으며 10대도 9명 타고 있었다. 최연장자는 올해 78세인 1946년생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39명, 40대 32명, 70대 24명, 30대 16명, 20대 10명이었다.
이번 참변은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과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225명 사망)에 이어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희생자가 3번째로 많다.
'조류 충돌' 주의…"엔진 이상,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진 않아"
제주항공 사고를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 경고를 확인한 직후인 1분 후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이후 급하게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한 뒤 약 4분 만에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종완 항공정책실장과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날 오전 8시54분께 사고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의 착륙을 허가했다.
사고기는 1차로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8시54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았다. 통상 큰 새나 규모가 큰 새떼 등이 항공기 근처에서 포착됐을 때 내려진다.
이후 기장은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약 2분 뒤인 8시59분께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국토부는 앞선 브리핑에서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낸 시간을 8시58분이라고 밝혔다가 정정했다.
사고기는 오전 9시께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 착륙했지만 활주로로 진입한 후 외벽과 충돌하면서 거센 화염에 휩싸였고 결국 참변으로 이어졌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줬고, 조종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데 대해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 랜딩기어가 고장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모두 한국 국적으로 기장(45)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35)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2023년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았고 B737-800 기종만 6096시간, 1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2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의 수거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전후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데까진 장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도 사고 수습과 원인규명을 위한 대책반을 구성했다.
대검찰청은 이종혁 광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광주지검 형사3부·공공수사부와 목포지청 형사2부 등 3개팀 검사 16명 등이 참여한다. 검찰은 신속한 피해자 신원 확인과 변사체 검시, 철저한 사고 원인 및 진상 규명, 피해자·유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피해자 신원확인 등을 위해 과학수사 요원 169명을 포함해 지원단을 현장에 급파했다. 또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