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앞에선 탄핵정국 돌파구는?… 여당 헌재 임명, 야당 쌍특검 타협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이 큰절하고 있다.[연합뉴스]
여, 헌법재판관 임명 수용 시급
야, 쌍특검 추천방식 등 양보해야
최상목 탄핵은 행정구멍 키울듯
제주항공 무안참사 여파로 정치권에 정쟁을 중단하고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야 간 극한대치로 탄핵이 거듭되면 '행정문제'가 심화돼 참사를 수습에 난항을 겪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재난 재발방치책과 유가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정치권의 꼬인 실타래를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헌법재판관의 빠른 임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관 임명과 함께 정치문제, 예산문제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다만 여당쪽에서 수용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한 총리 탄핵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조속한 판단을 통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헌재에서 조속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헌재에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도 "탄핵 의결 정족수가 적정했는지,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게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지 헌재가 빠른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을 '8인 체제'로 가동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야당 추천 인사가 두 명, 여당 추천 인사가 한 명으로 돼 있는데, 우선 여야가 추천한 각 1명의 재판관만이라도 임명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최 대행도 부담없이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며 "후대에 선례로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세 명의 임명을 요구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받아들이지 않자 탄핵했다. 이후 최 대행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또 탄핵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무안 참사가 일어나자 기류가 바뀌었다. 현 시점에서 최 대행 탄핵카드를 거론할 경우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마비시킨다는 비판 여론때문이다.
민주당이 더 이상 탄핵절차를 밟지 말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도 제기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정치권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그래서 탄핵은 엄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사태나 재난 시 행정 권력이 대통령에게 있는데 권한대행이 그 업무를 대신한다고 하면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냐"며 "탄핵을 남발할수록 위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권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하고, 대신 민주당은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 특검 후보 추천 방식 등을 양보하는 타협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 교수는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국회 본회의 투표를 거듭할 수록 이탈표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서 양보하는 수 밖에 없다"며 "반면 내란특검법의 경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당도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 등 절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희·안소현기자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