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50만원 주고 빚 90% 탕감?”… 역대급 적자 감수하고 돈 쏟아붓는 ‘속사정’
사진 = 연합뉴스
50만 원 소비쿠폰, 90% 빚 감면
재정 적자 우려에도 30조 추경, 도대체 왜?
정부가 국민 1인당 최대 50만 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저소득층의 빚을 최대 90%까지 감면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올해 두 번째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은 총 30조5천억 원 규모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경이다.
이번 추경에는 민생 안정과 소비 진작, 자영업자 재기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포함됐다. 재정 부담이 상당하지만, 침체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 보편과 선별 혼합
정부는 국민 1인당 15만~50만 원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위 10%는 15만 원, 일반 국민은 25만 원, 차상위층은 40만 원, 기초수급자는 50만 원을 받는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100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돌아가는 셈이다.
지급 방식은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총 13조2천억 원이 투입되며, 이 중 국비가 10조 3천억 원, 지방비가 2조 9천억 원이다.
이번 조치는 보편 지급 원칙에 취약계층 중심의 차등 지원을 결합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누구는 너무 적게 받고 누구는 너무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 여력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두 목표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방안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포함됐다. 고효율 가전 구매비 30만 원 한도 내 10% 환급, 숙박·영화·전시·체육시설 이용을 위한 할인쿠폰 780만 장 배포 등이 포함된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진행된다.
자영업자 빚 최대 90% 감면… 재기 지원 강화
이번 추경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대책은 ‘빚 탕감’이다.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치하고,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무담보채무 중 5천만 원 이하의 채권을 매입해 정리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113만여 명의 연체 채무자들이 약 16조 원 규모의 빚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중 1억 원 이하의 무담보 채무를 지닌 이들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최대 90%까지 채무를 감면하고, 최장 20년간 분할 상환을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와 내수 부진으로 채무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채무 감면율이 60~80%, 분할 상환 기간도 최대 10년에 그쳤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지원 수준을 대폭 높였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엄격한 대상 선별 기준과 함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장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논란 속 ‘불가피한 선택’
이번 추경은 세입 부족과 세출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며, 대규모 재정 적자를 유발하게 된다.
국채 추가 발행만 19조8천억 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1천3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까지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세입 부족 규모가 10조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채 외에도 지출 구조조정(5조3천억 원), 기금 재원(2조5천억 원), 외환평형기금채 조정(3조 원) 등 다양한 재원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처럼 경제가 깊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건전한 재정 운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국가재정을 활용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후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졌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재정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지출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 재정은 단순한 균형 수단이 아니라, 민간 경제가 과열되면 제어하고 침체되면 부양하는 본래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후자에 해당하는 시기이며, 추가 추경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3차 추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번 추경은 침체된 소비와 자영업자의 채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 대응책으로, 한계 상황에 몰린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내수 회복을 견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 재정에 따른 장기적 부담과 형평성 논란은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권용희 기자 ©리포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