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이상민 “졸업 후 경위 임관 불공정” 기준 적용 땐

군 사관학교 임관 형평 논란…치안·국방 인재 양성도 구멍

‘3~4급’ 판·검사, 5급 다른 고시보다 높아 특혜 논란 ‘부메랑’

경찰대 졸업 후 경위(7급) 임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사관학교 제도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고 판검사는 임용부터 3~4급 상당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대만을 ‘공정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장관의 과거 행보도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행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적으로 경위로 임관되는 것은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대 출신이 경위에 임관될 때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고도 했는데, 이는 고시처럼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군 장교를 육성하는 육군·공군·해군 사관학교를 예로 들며 경찰대에만 공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군·공군·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소위로 임관한다. 군에서 소위는 일반 공무원 직급의 7급에 준한다고 본다. 경찰대 졸업 이후 경위도 7급으로 본다. 경찰에서 경위는 경찰서 계장이나 파출소장을 맡는다. 경찰대와 군 사관학교는 치안·국방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공무원법 10조는 경위의 신규채용 대상에 ‘경찰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포함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이 촉발한 공정 논란은 검사·법관 등 높은 직급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 예규인 ‘공무원 경력의 상당계급 기준표’ 등을 종합하면 판사와 검사는 일반 공무원의 3~4급 상당으로 분류된다. 5급으로 임용되는 일반 행정고시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에 비해 직급이 더 높다. 판사·검사의 3~4급 분류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은 오래도록 지속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7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판사나 검사 등 특정직 공무원은 예우나 보수를 보고 종합적으로 직급을 판단한다”고 했다.

이 장관의 경찰대 관련 발언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간부들이 주로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불공정 프레임’으로 경찰의 경찰국 신설 집단반발 국면을 넘어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장관의 평소 행보도 오히려 ‘공정’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 이 장관의 자녀가 고교 2학년 때 아버지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후보자 측은 “해당 프로그램은 장녀가 다니던 학교가 전교생의 진로 탐색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강남 8학군 진학을 위해 주소를 옮겼다는 위장전입 의혹을 시인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