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옷값이냐 김건희 논문이냐… ‘영부인 국감’ 된 서울청 국정감사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 두 영부인과 관련한 수사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야당은 살아있는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한 경찰을 공격했고, 이에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청와대 특활비 관련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관련 국감은 정책감사는 실종되고 여야는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영부인 국감’이 됐다.
◆김건희·김정숙 여사 국감된 서울청 국정감사
“건진법사에 대한 인지수사를 지시하셨나요?”(문진석 민주당 의원)
“모든 인지수사를 지시하는 건 청장이 할 일이 아닙니다.”(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그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하는거로 오해받을 수 있어요.”(문진석 민주당 의원)
국회 행안위의 서울청 국감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이날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을 불송치한 것을 두고 “본인(김건희 여사)이 허위 경력을 인정했는데 국민대 채용 담당자 말만 듣고 불송치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건진법사의 이름도 등장했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지인임을 내세워 건진법사가 이권에 개입한다는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고위공무원을 만나 중견기업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의혹이 있는 건진법사에 대한 인지 수사를 지시했는가”라고 질문,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
이른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한 고위 공무원에게 중견 기업인의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사실이 논란이 됐고 대통령실이 진상파악에 나선바 있다. 전씨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논란’을 키운 장본인으로 김 여사와 인연을 부각하면서 선거운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무속인 전씨가 대선 기간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일한 사실이 드러나자 직접 해당 본부 해산을 지시하며 ‘무속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김 청장이 “모든 인지수사를 지시하는 게 청장 일이 아니다”라고 답하자, 문 의원은 “이렇게 하시면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에 여당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전략을 구사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을 비롯해 사위와 관련한 이스타항공 부정채용 의혹 관련 문제를 파고들며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 수사에 대해 “청와대 특활비가 영부인 의류나 구두, 향신료 등 구매에 사용됐다면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가) 고발했다며 4월 고발인 조사 후 반년이 지났는데도 별 소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스타 채용의혹을 소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이스타 관계사에 전무급 임원으로 근무해 특혜논란이 된 이 사건에 대해 장 의원은 “최근 전주지검에서 압수수색을 했는데 인사채용 문건을 확보했다. 인트라넷 서버도 확보했다. 검찰이 보는 것을 경찰은 못 보느냐”고 지적했다.
◆짧아진 정부출범, 여야 모두 공격 모드된 국감
사실 이번 서울경찰청 국감에서 두 영부인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논문 의혹을 비롯해 검찰이 차일피일 결론을 미루고 있는 도이치모터스주가 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논란을 두고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응답자의 62.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김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감의 메인 아이템이 된 경찰이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과 거짓 해명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불공정했다’는 응답률도 64.7%였다. 자세한 사항은 코리아리서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정숙 여사는 다를까. 온라인에선 김정숙 여사가 착용했던 의상과 소품 개수 등이 집계된 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부 네티즌이 언론에 보도된 사진 등을 대조해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서 입은 의상이 코트 24벌, 롱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수트 27벌, 블라우스·셔츠 14벌 등 최소 178벌에 이른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이후 논란이 가중됐고 현재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여사를 강요죄와 업무상 횡령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교사죄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과거 국정감사는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은 수비를 취하는 모양새였지만 현재는 여야가 모두 공격에 나서며 맞서는 상황이 됐다. 그것도 타깃이 대통령의 부인이다.
과거와 달리 현 정부와 지난 정부 영부인들이 국정감사에 소환돼 치열하게 맞붙은 원인은 무엇일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국감은 2월 대통령 취임후 9개월 후에 국감이 시작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5월 정부 출범 후 5개월 만에 국감을 맞아야한다. 이 경우 5개월도 안된 정권에 정책 감사를 한다는게 무리”라며 “결국 이런 국감에선 지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여야가 모두 공격적인 행태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또 “향후에도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때와 여소야대의 상황에선 지금처럼 정책 보단 정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