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리 편이라고 감싸지 않아”… 이상민·윤희근 경질 수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112 신고 기록을 통해 밝혀지면서 수사와 감찰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라인에 대한 경질이 유력한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일을 제대로 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를 따져보는 공직자로 계셨다”며 “(추후 인사조치 여부는) 그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해야 하는 봉사와 의무에 있어서 우리 편이라고 해서 감싸 안지 않는다”며 “지금 112 대처 등에 대한 감찰과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그간 하셨던 것처럼 (후속 조치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지금 수사와 감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으니까 그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 경질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당에서도 이 장관 경질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라는 지적에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입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당초 사고 발생 직후 ‘정부 책임’보다는 사고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기조를 보였다.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에 대한 안전 사각지대가 있다며 제도적 보완에 방점을 찍었다.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 1일 오전 대통령실 내부에선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경찰이 도로 통제를 하거나 바리케이드를 칠 제도적 근거가 없다”며 이 장관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112 녹취록 공개 이후 경찰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대통령실은 경찰과 거리두기 하며 이 장관을 포함한 책임자를 문책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참사의 진상조사 주체가 여전히 경찰인 게 맞느냐’는 질문에 “서울경찰청이 수사 주체였는데 여러 논란과 우려가 있어 경찰청으로 주체가 바뀌었다”며 “(경찰청 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거론하며 “대통령은 정부를 재구성하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고 발생 이후 1시간 20여분 뒤에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당일 대통령실의 대응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기도 했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밤 10시15분에 사고가 발생했고 11시1분 대통령께 보고돼 11시21분 첫 지시를 내렸다”며 “이후 30일 0시16분 2차 지시사항을 언론에 배포한 뒤 0시42분 윤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에서 직접 긴급 상황점검회의 주재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경찰이 대통령실에 언제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지난달 30일 0시5분 경찰청으로부터 상황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날 윤 대통령이 112 신고 기록 등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크게 질타한 것에 대해 “최초 신고를 받은 이후 경찰 대응이 석연치 않아 보여서 ‘자료를 갖고 오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했고 확인해보니 엉망이었다”며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진단한 뒤 대안을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