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 플로리다주 유치원 동성애 교육 금지법에 반대
© 제공: 세계일보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유치원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과 관련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플로리다 주의회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틀 전만 해도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차펙 CEO는 이날 디즈니 연례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통화를 했다”며 “주지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며, 직원들과도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플로리다주에 국한하지 않고 비슷한 성격의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플로리다주 의회는 유치원 3학년 이하 학생에게 동성애 등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 관련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거친 뒤 발효될 예정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차기 공화당 대권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인물로 이 법안을 지지했다.
민주당과 성적소수자(LGBTQ) 단체들은 이 법을 ‘동성애 언급 말라’(Don't Say Gay)로 부르며 강하게 반대했다. 어린이들에게 LGBTQ가 잘못된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7일만 해도 차펙 CEO는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회사가 LGBT의 권리를 지지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견해는 따로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그는 회사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서 8만명을 고용하는 큰 손이다. 사회적 책임이 큰데도 차펙 CEO가 침묵하겠다고 하자 지역사회 등을 비롯해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디즈니의 공동창업자 로이 올리버 디즈니의 손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디즈니가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다”고 했다. 할리우드 업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조합도 “차펙의 침묵은 회사 윤리를 위배하는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지역 신문인 LA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디즈니가 기업의 비겁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꼬집었다.
차펙 CEO는 이 같은 지적들을 끝내 버티지 못하고 ‘법안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법안에 반대했지만, 주의회 의원들과 막후에서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공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디즈니가 LGBTQ 단체에 500만달러(약 61억4000만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주지사가 차펙 CEO의 전화를 받긴 했지만, 주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며 “아직 면담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