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하루 100만배럴씩 6개월 간 비축유 방출"···유가 안정 위해 미 역사상 최대치 방출
© 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가 안정을 위한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연방정부가 보유한 전략비축유(SRP)를 6개월 간 매일 100만배럴씩 방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1억8000만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이다. 미국 발표로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이 여전히 대규모 증산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비축유의 장기적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름값을 낮추고자 한다면 핵심은 당장 더 많은 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5월부터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기록적인 이번 방출은 국내 석유 생산이 늘어나는 올해 말까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동맹국들도 3000만~5000만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지난 반년 사이 세 번이나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1억8000만배럴은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이틀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5000만배럴, 지난 1월 3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석유 시추를 위해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아직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이윤을 올리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생산 허가를 받아놓고 시작도 하지 않은 유전만 9000개”라고 밝혔다.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연방정부 부지를 깔고 앉은 채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8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천연가스, 석탄의 미국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서다. 미 의회와 대중의 여론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찬성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및 석유 제품 가운데 약 8%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을 금지시킴으로써 공급을 축소하는 동시에 유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40년 만의 최고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치솟은 휘발유 가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대 악재로 평가된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 당 4.23달러다. 1년 전 2.87달러에 비해 47%나 올랐다. 국제유가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아마 1갤런(3.79ℓ) 당 10~35센트 사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가격은 푸틴의 행동 때문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전날보다 1배럴당 7%(7.54달러) 내린 100.28달러에 거래가 종료됐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만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날 밝힌 성명에서 오는 5월 일일 증산량을 43만2000배럴로 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하루 40만배럴 증산 방침보다는 늘어났지만 소폭에 그쳤다.
투자 조사 기업 CFRA 리서치의 석유 분석가 스튜어트 클릭먼은 AP통신에 전략비축유 방출은 두통에 진통제를 처방한 것과 유사하다면서 “두통제의 약효가 사라진 뒤에도 두통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 에너지기업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스콘 셰필드 최고경영자(CEO)도 뉴욕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유가를 약간 낮추겠지만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면서 “막대한 공급 부족에 비하면 여전히 일회용 반창고”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유럽 등 ‘비우호국’에 판매하는 천연가스 대금을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결제토록 한 대통령령에 서명한 것도 국제 에너지 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달러화나 유로화로 천연가스 대금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루블화로 대금을 내지 않으면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