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로맨스 스캠’에 미국인 5만6000명이 넘어가
© 3b1a5afb-1da2-416b-8bd7-b3c3e8b1fff6사랑인 줄 알았는데… ‘로맨스 스캠’에 미국인 5만6000명이 넘어가 / 뉴욕=정시행 특파원
온라인으로 만나 연인이 될 것처럼 상대의 마음을 빼앗은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 미국에서 팬데믹 와중 더욱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시장 감독 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밸런타인데이인 14일(현지시각) “지난해 신고된 로맨스 스캠이 5만6000건으로, 2020년 3만3000여건과 비교해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총 피해액수 역시 2020년 3억700만달러(3676억원)에서 2021년 5억4700만달러(6550억원)으로 78% 증가했다. 미국 내 로맨스 스캠 피해액 규모는 2017년 8700만달러에서 2018년 1억4500만달러, 2019년 2억200만달러로 늘더니 팬데믹 와중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경우 미국 피해자들의 피해액 중간값은 무려 8만3000달러(9946만원)였고, 한 사람이 총 300만달러(36억원)를 뜯긴 경우도 있다고 한다.
FTC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피해는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연인이나 말동무를 찾는 70대 이상 노인층에서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의 경우 18~29세 청년층 피해가 크게 늘었다. 팬데믹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로맨스 스캠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로맨스 스캠의 3분의1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졌고, 데이팅앱 등이 다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꾼들은 통상 매력적으로 보이는 가짜 프로필 사진을 올려놓고 직접 만날 수 없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꾸며대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 신뢰를 얻은 뒤 “내가 원래 투자자인데 좋은 투자처를 알려주겠다”거나 “투자 자금을 긴급히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FTC는 특히 지난해 암호 화폐를 매개로 한 로맨스 스캠이 급증, 피해 형태 중 현금 직접 송금 등을 제치고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1년 가상화폐 형태의 스캠 피해액은 1억3900만달러로 2020년보다 5배나 늘어났다. 사기꾼들은 가상화폐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 피해자들이 코인베이스 등에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몰래 빼내 잠적하는 수법을 많이 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