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만든 게임, 200억짜리 됐네요
10년가량 1인 개발자로 일해온 김 대표도 팀을 꾸려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인간 혹은 뱀파이어’ 개발 때가 그랬다. 당시 5명이던 팀은 2018년 게임 출시 이후 해체됐다. 이후 한동안 게임을 만들지 않았는데, 게임을 다시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 판단했고,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면서 ‘고양이와 스프’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양이와 스프’ 역시 일러스트부터 기획, 프로그래밍 모두를 김 대표 혼자 진행했다. 다만 주인공인 고양이 캐릭터 설정만큼은 여덟 살 된 딸의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고 한다. 딸이 고양이 소개 책자를 내밀며 어떤 고양이는 꼬리가 짧고, 어떤 고양이는 살이 안 찐다는 등 고양이 관련 상식을 알려줬다.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를 개선했는데, 지금도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때는 딸이 옆에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 내려놓고 만든 게임인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면서 “시간 날 때 한 번 들어와서 음악도 듣고, 고양이들과 쉬어 가시라고 만들었는데, 국내 유저들은 게임도 일처럼 정말 열심히 하더라”며 웃었다.
건축을 전공한 김 대표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그림이 좋아서’였다. 친구들이 건설회사 면접을 볼 때 게임회사를 찾아갔다는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아트디렉터로 일을 시작했고, 회사가 폐업을 하면서 독립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게임 만드는 법도 독학으로 배웠다는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 큰 회사에 인수돼 집단지성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된 건 좋은 일”이라면서 “최종 목표라면 만화를 꼭 한 번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