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개통됐지만… 천문학적 손실액 ‘소송전’ 예고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은 에버기븐호가 29일(현지시간) 좌초 7일 만에 다시 떠오르며 운하 운영이 정상화된 가운데 천문학적인 손실 비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와 해운업계가 입은 막대한 손실을 누가 보상할 것인지를 두고 대규모 소송전이 예고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와 선주, 운하관리청 등을 둘러싼 복잡한 비용 관련 소송이 시작되면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좌초 기간 동안 이집트가 운하를 운영하지 못해 입은 손실은 하루 1090만파운드(약 158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해운업계가 입은 손실은 하루 1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선박 손상과 화물 손상, 예인 작업, 운하 손상, 해운업계 손실 등으로 인한 비용을 종합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에버기븐호가 선박의 자체 결함 또는 인적 실수로 좌초됐는지 여부다.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책임져야 할 배상 금액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손실은 일차적으로는 에버기븐호의 보험사인 영국 선주책임상호보험조합에서 접수한다.
에버기븐호의 선박 기술운영을 담당하는 베른하르트 슐테 쉽매니지먼트(BSM)은 이번 사고가 강풍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BSM은 “초기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에버기븐호에서 그 어떤 기계·엔진상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강풍과 모래폭풍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기술적·인적 요인으로 인해 배가 동력을 잃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선박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BSM과 선박 운영사 ‘에버그린마린’이 대부분의 비용을 떠안게 된다. 강풍으로 인한 좌초 위험성이 예견됐음에도 SCA가 입항을 허가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SCA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에버기븐호에 실린 화물에까지 배상 범위가 확대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가디언에 따르면 선박에 실린 2만여개의 화물은 각각 8~9개의 보험사·재보험사·거래처 등 사업체들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발이 묶인 선박도 400척에 달한다.
운하가 다시 운영을 시작했지만 대기 중인 선박이 밀려들며 발생한 교통체증도 문제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주 내로 병목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 운송 차질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박들이 운하를 통과하더라도 유럽의 항구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전문가 얀 호프만은 병목 현상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