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카마겟돈’ 왔다… 유럽 소형차 1주일 렌트 200만원
올여름 전례 없는 자동차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휴가철 유럽 주요 지역 렌터카 가격이 폭등했다고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여행을 위해서는 차를 빌려야 하는 관광객에게 재앙이라는 뜻으로 ‘카마게돈’(Car+Armagedd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볼로냐공항의 렌터카 체인 ‘로카우토’에서는 1주일 렌트 비용이 ‘무려 1800달러(207만3000원)’였다. CNN은 “당신은 마세라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차는 매우 소박한 폭스바겐 골프였다”고 설명했다.
피렌체에서 현지 렌터카업체 ‘시칠리 바이 카’를 통해 하루 전 가장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는 소형차 피아트500 카리보의 3일 렌트비용은 886달러(102만원)였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느라 웬만큼 큰 차가 필요하다면 금액은 1536달러(176만9000원)로 뛴다는 게 CNN 설명이다.
CNN은 “물론 임박해서 예약하는 게 항상 더 비싸기는 해도 이만큼 비싸지는 않았다”며 “이달 31일부터 1주일간 빌리는 경우에도 가장 작은 차가 452달러(52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도시 말라가에서 렌터카 체인점 ‘에이비스’를 통해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소형차가 548달러(63만1000원)였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보통 1주일 동안 쓰는 돈이 최대 몇백달러임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가격이라는 평가다. CNN은 “말라가에 가는 관광객은 이 돈으로 차를 빌리는 것보다 해변에 머무르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독일 뮌헨공항에서는 소형차 피아트500을 1주일간 빌리는 데 484달러(약 55만7000원)가 들었다. 말라가보다는 저렴하지만 역시 비싼 가격이다.
유럽지역 렌터카 가격 급등의 첫 번째 배경은 차량 부족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렌터카업체들은 차량 운영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업체들은 올 초 차량 주문량도 크게 줄였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인도까지 지연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렌터카는 9만3200대로 지난해 1분기(13만900대)나 2019년 같은 기간(12만9200대)에 비해 약 3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럽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봉쇄가 완화되자 관광객 수가 늘어났다.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리노카하이어’의 마케팅 책임자 필 파트리지는 “여행 제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업체들이 차량을 다시 늘리는 데 큰 투자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여행업계는 올해 여행을 간다면 예년과 달리 항공편 예약 전에 렌터카 가격부터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올림픽 홀리데이스 관계자는 “(렌터카에) 250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는데 1000달러가 든다면 휴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