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불 지르고, 입 꿰매고... "기후 위기 심각하다" 절규하는 환경운동가들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 앞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에 거주 중인 기후운동가 윈 알렌 브루스(50)는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쯤 워싱턴의 미 연방대법원 앞 계단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그는 헬기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숨졌다.
워싱턴 경찰 측은 브루스의 분신자살 동기를 설명할 만한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브루스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의 죽음은 기후위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루스와 같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기후학자 크리티 칸코는 지난 24일 브루스가 적어도 1년 전부터 자폭을 계획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칸코는 이날 트위터에 “브루스는 내 친구였다. 브루스는 자살한 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연민의 행동을 선보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루스의 의도에 대해 확신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극심한 기후위기로 인해 슬픔과 절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청년들이 분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브루스가 웹상에 남긴 족적도 그가 기후위기 때문에 자폭을 택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브루스는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기후 변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글에 ‘4/22/2022’란 날짜와 함께 불 모양 이모티콘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불교 신자였던 그는 지난 1월 사망한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의 죽음을 기렸는데, 틱낫한은 베트남 전쟁 당시 불교 탄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소신공양한 승려들을 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틱낫한은 “몸에 불을 지르는 것은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브루스 외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환경운동가들이 최근 여럿 등장했다. 지난해 8월 영국의 팀 휴이스 신부(71)는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언론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언론사 뉴스유케이 건물 앞에서 입을 꿰매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환경운동가이자 동성애자 인권을 대변해온 유명 변호사였던 데이비드 버켈(60)은 지난 2018년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분신자살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버켈은 “오염이 우리의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다”며 화석연료에 따른 지구 황폐화를 경고했다.
김혜리 기자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