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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중 낳은 아들… 헌재 “국적 버리려면 병역의무 먼저”

최고관리자 0 639 2023.03.0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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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모의 유학 중 출생해 두 국적을 가진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한국 국적을 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배될까?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자의 병역의무를 규정한 ‘국적법 12조 3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관여 재판관(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직계존속이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사람은 병역의무를 해소해야 국적을 이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 “유학 중 낳은 아들이라면 병역 의무 져야”

 

헌법소원을 청구한 A(23)씨는 한국인 부모의 미국 유학 중 태어나 한국과 미국의 국적을 모두 가졌다.

국적법과 병역법에 따라 A씨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병역의무가 없다. 이에 A씨도 18세가 된 2018년 3월 국적이탈을 신고했지만 ‘직계존속의 영주목적 없는 국외출생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직계존속’인 부모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중 출생한 것이므로 국적이탈을 신고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반려처분에 불복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됐다. 항소심에서 신청한 위헌제청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국적법이 정하는 ‘영주할 목적’이 내심의 뜻으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헌재는 ‘영주할 목적’의 뜻은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정의하면서 “유학 등의 목적으로 외국에 일시 체류할 경우에는 그곳에 영주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음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또 국적법 12조 3항이 한국 국적을 버리는 모든 복수국적자에게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국적이탈의 자유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다. ‘직계존속의 영주목적 없는 국외출생자’에게만 병역의무 해소를 요구하고 있고, 부모가 외국 이주를 결정하는 등 ‘장차 한국과 유대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선 국적이탈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어 “복수국적자가 병역법상 국외여행허가 등의 제도를 통해 계속 외국에 머무르며 징집을 면할 수 있더라도, 여전히 그는 병역의무 자체를 면탈할 수가 없다”면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국적이탈을 병역기피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여 병역의무의 공평한 분담과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한다는 입법목적은 충실히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리·이익만 누리고 의무는 외면”

 

헌재는 이와 별개로 복수국적자가 외국에 주소가 있어야만 국적이탈을 신고할 수 있게 한 국적법 제14조 제1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B(22)씨의 헌법소원도 관여 재판관(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B씨는 18세가 되는 해인 2019년 국적이탈을 신고했다가 반려됐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국내에서 보냈고, 그가 등록한 주소지는 외국에 있는 친지 주소일 뿐이라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반려 이유였다. 국적법 14조 1항은 모든 복수국적자에게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B씨는 “조항의 문언만으로는 외국에 실거주하는 주소지가 있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거주해야 실거주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불명확하고, 외국에 생활 근거를 두기 어려운 미성년자 등의 국적이탈 자유를 불합리하게 제한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외국에 주소가 있다는 표현은 법률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사용되며 실질적인 생활의 근거가 되는 장소를 뜻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주로 국내에서만 생활하며 대한민국과 유대관계를 형성한 자가, 외국에 아무런 생활 근거 없이 단지 법률상 외국 국적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정을 빌미로 국적을 이탈하려는 행위를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받는다고 하여, 어떤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국민적 권리와 이익을 향유하던 복수국적자가 외국에 생활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납세·국방 등 국민으로서의 헌법적 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국적을 이탈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국가 공동체의 존립과 유지를 직접 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간의 긴밀한 상호관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파괴함으로써 국가 공동체의 기본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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