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역사 직시 용기·성실함 필요…한일관계 발전 추진해야"
부산서 李대통령과 정상회담…"셔틀외교 착실한 실천 의미 있어"
'의인' 이수현 묘지도 참배…"높은 뜻과 풍부한 인간애에 경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관계에 대해 "다른 나라이므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일본 취재진과 만나 "다음 정권에 바라는 것은 역시 이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을 가지려는 자세가 반드시 한국인들로부터 이해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직시해야할 구체적 역사 대상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내달 4일 집권 자민당 새 총재가 선출되고, 10월 중순 이후 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가 치러지면 퇴임한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회담에 대해 "지난번 도쿄 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더 폭넓게 논의를 심화하고 일한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 활성화, 수도 집중,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과제에 대해 논의할 협의체를 창설했다면서 이를 더욱 충실히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한 간에는 수소, 암모니아 등 이미 협력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며 "오늘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일한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시바 총리는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착실히 실천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년에 한두 번 오가는 것이 아니라 빈도를 높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셔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한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계엄 사태로 방한이 무산됐고, 지난달 이 대통령의 도쿄 방문에 대한 답방 형태로 이날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지난 유엔 총회에서 자신과 이 대통령이 모두 연설했다고 소개한 뒤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고 생각했고, 키워드는 강인한 민주주의였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전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 씨 묘지를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수현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됐다"며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높은 뜻과 풍부한 인간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참배 사진을 올리고 "유지를 이어 일한의 가교로 활동하시는 신윤찬(이수현 씨 모친) 씨가 맞이해 주셨다"고 적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퇴임 이전 발표를 추진하는 '전후 80년 메시지'에 대해 "현시점에는 형식과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결코 역사 인식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내달 1일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