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캄보디아 범죄단지 고문실…"전기충격기로 지지고 짐승취급"

악몽의 캄보디아 범죄단지 고문실…"전기충격기로 지지고 짐승취급"

플로리다조아 0 2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주 경찰청 내 이민국서 송환 앞둔 한인 인터뷰

범죄단지서 양손 수갑 찬 채 생활…밥 제대로 못먹고 화장실도 못가

탈출 시도하던 중국인, 맞아 사망하는 모습 코앞서 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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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서 구출된 한국인 A씨 


"복도에서 '전기 지지미' 소리가 '찌직'하고 나면 '아…또 우리를 고문하러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에서 만난 20대 A씨와 30대 B씨 등 한국인 2명은 악몽 같던 범죄 단지 생활을 다시 떠올렸다.

6개월 전 '고수익 취업' 광고 글을 온라인에서 보고 남서부 시아누크빌을 찾은 A씨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을 해야 하는 사실을 알고는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태국 국경과 가까운 북서부 포이펫으로 끌려갔다.

범죄 단지인 이른바 '웬치' 내 고문실 천장에는 수갑이 설치돼 있었고, A씨도 곧바로 거기에 매달렸다.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온 중국인 3명의 고문이 시작됐다.

"전기 지지미(전기 충격기)로 온몸을 지지고 쇠 파이프로 무차별하게 때렸습니다. 기절한 건지 힘이 없어 쓰러진 건지 모르겠는데 비명도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후 중국인들은 쓰러진 A씨 얼굴에 물을 뿌렸고, '전기 충격기 고문'은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 고문실에 한 달 동안 갇힌 그가 할 수 있는 건 쌀을 조금 먹는 것뿐이었다. 중국인 관리자들은 제대로 된 식사도 주지 않았고,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했다.

감금 시설에 끌려온 다른 중국인들은 그나마 같은 국적이라고 대우가 달랐다. 비슷한 고문을 당했지만, 밥은 세끼를 다 먹을 수 있었고 담배도 피울 수 있었다.

"저희는 동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중국인)들은 사람 취급은 해주더라고요." 

짐승 같은 감금 생활을 하는 동안 또 다른 한국인이 고문실로 끌려들어 왔다. B씨였다.

B씨는 "4번째 탈출을 시도했다가 또 걸렸을 때는 (중국인 관리자들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차량에 태워 포이펫으로 보냈다"며 "7시간 걸렸다"고 기억했다.

포이펫에 있는 그 범죄 단지에 한국인은 A씨와 B씨 둘뿐이었다. 중국인 관리자들은 이들을 이름 대신 "한궈('한국' 글자의 중국어 발음) 씁니다(습니다)"라고 불렀다.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하며 부르는 말이었다.

A씨와 B씨 모두 버틸 힘이 떨어졌을 무렵 끔찍한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했다. 같은 고문실에 있던 중국인이 탈출하려다가 경비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맞아 죽는 모습이었다.

B씨는 "그 중국인은 배에 왕(王)자가 있고 몸도 좋았다"며 "나사못으로 경비 직원 눈 주위를 찔러 쓰러뜨렸는데 다른 한명한테 제압됐고, 무전을 받은 다른 경비 직원 10명이 우르르 몰려와 몽둥이로 때려죽였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인 관리자가) 양동이에 든 물과 수건 한 장을 주면서 벽과 바닥에 튄 (숨진 중국인) 혈흔을 다 닦으라고 했다"며 "피비린내가 1주일 동안 손에 남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끔찍한 생활을 스스로 끝내야겠다는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양 손목에 계속 채워진 수갑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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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서 구출된 한국인 B씨



이들도 탈출할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A씨는 지난 8월 11일 평소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캄보디아인 경비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조금 쓰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오늘이 여자친구 생일인데 축하 문자 메시지 하나만 보내고 싶다고 했어요. 텔레그램을 한 번만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휴대전화를 받아 (평소 알고 있던 현지) 식당 텔레그램으로 저희 사진과 위치를 보냈습니다."

분명히 텔레그램 대화 흔적을 지웠었다. 2시간 30분 뒤 평소 자주 폭행하는 무서운 중국인 관리자가 갑자기 감금실로 들어와 "누가 (밖에) 신고했느냐"고 소리쳤다.

"알고 보니 (그 웬치 건물에 설치된) 와이파이(WiFi) 시스템 검출기로 전송된 사진을 관리자가 모두 볼 수 있었어요. 너무 놀랐습니다.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3시간도 채 안 돼서…."

다시 고문당한 A씨와 B씨는 포이펫에 있는 또 다른 시설로 끌려갔고, 다시 한 달 동안 수갑을 찬 채 생활했다. 이후 둘이 합쳐 '10억 매출'을 찍으면 한국에 보내 주는 조건으로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로 복귀해 또다시 일을 했다.

눈앞에서 중국인이 맞아 죽는 상황을 지켜본 이들은 경비 직원들을 때려서 탈출하는 방법은 이제 생각할 수 없었다.

지난달 A씨는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받은 PC를 이용해 포털사이트 메일에 접속한 뒤 '내게 쓴 메일함'에 자신의 위치 사진과 상황을 저장해뒀다.

내게 쓴 메일함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한 경우에만 볼 수 있고 누군가에게 메일이 전송되지 않아 와이파이 시스템으로 걸릴 일이 없었다.

A씨는 이후 친형과 박찬대 국회의원실 관계자 등에게 자신의 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온라인으로 어렵게 전달했고, 결국 지난달 29일 현지 경찰에 구조됐다. 감금생활을 한 지 160여일 만이었다.

이들의 사연은 지난 11일 박찬대 의원실을 취재한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15일 현재 시아누크빌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 유치장에 머물면서 추가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귀국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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