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플로리다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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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16:14
비가 온다
눈 감고 밤새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작년에도
잊은 만큼 비가 온다
사람은 헤어진 만큼 잊어야 더 이상 잊은 것을 기억한다
밤 지나
문 밖으로 아무도 오지 않은 풍경으로
눈 부신 흐느낌을 듣는다
언제부터 너는 울고 있는지
차가운 손으로 움킨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바람으로 돌아 가는지
냇가에 네가 남긴 슬픔이 얼고
지붕위에 어젯밤 내린 들이 묻혀
막막하게 네가 묻힌다
새해라고 날짜가 지나가고
보낸 지난 해는 아무런 후회는 묻지 않았는지...
어떤 색을 칠해도 달라지지 않은 열두지신
세상도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이 바뀌지는 않을 듯.
오징어 씹어가며 보는 오징어 게임
누구는 가면쓰고 욕심과 저주와 가난과 생존을 웃으며 본다
비오는 하루
비 오는 것 조차 벽 난로에 불 피우고 바라보는 여유와
습기 막무가내 밀고 오는 반 지하 껄끄러움
비가 오히려 죄스럽다
처마 밑에 모여
며칠 전 목숨 내어준 동료들 추억하는 닭 울음이
비에 쓸려 내려가며
비보다 비보다
목숨이 더 축축하게 젖어온다
잊고 나서 울고
잊고 싶어 울고
잊지 말아야 울고
빗 속에 쓸려가고 습기에 젖고
콘크리트 바닥에 말라 붙었던 이틀 전의 배설이
울음에 불고
비에 씻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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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만들어 낸 안개가
수십년 전 여름 장맛비가 막은 길을 만들어
기억으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