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앓고 피부 파랗게 변해"…심하면 우울증까지, 무슨병?
"1년 앓고 피부 파랗게 변해"…심하면 우울증까지, 무슨병? /박정렬 기자© MoneyToday
배우 장나라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국 진출 후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장나라는 당시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과민성 장 증후군이 시작됐다"며 그렇게 1년이 넘어가니 밀랍 인형처럼 피부가 파랗게 되더라. 밥도 못 먹고 하루에 과자 한두 쪽밖에 못 먹었다"고 토로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장나라처럼 스트레스를 받거나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 '장'에서부터 소식이 오는 사람이 있다. 딱히 병을 앓지 않고, 음식에 문제가 없는데도 환경적·정신적 변화에 배가 아프다면 의심할 병이 '과민성 장 증후군'이다. 감정 기복이 급격히 커지거나, 생활 패턴이 바뀔 때, 심지어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거나 더워지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해부학적·구조적 문제나 이상이 없이 대장 근육의 과도한 수축으로 나타나는 기능성 위장 장애를 말한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와 식습관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신경을 쓰거나 긴장감이 높아지면 복통, 복부 팽만감,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변비보다 설사가 더 흔한데, 흔히 말하는 '급똥'으로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되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신승용 중앙대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성격이 예민한 것이 원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성격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우울, 불안, 스트레스, 자극적인 음식 섭취 등이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2년 141만여명으로 매년 평균 150만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한다. 식습관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대장의 운동성과 민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변화해 발생하는 만큼 '완치'가 어렵다. 치료 목적을 완치보다 증상 조절과 삶의 질 유지에 두는 배경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지사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지난해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은 저포드맵 식단과 저탄수화물 식단이 과민성장증후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국제 학술지 '랜싯 소화기학과 간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발표했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294명을 대상으로 4주간 식단을 변경한 결과 저포드맵 식단 그룹은 참가자의 76%가, 저탄수화물 식단 그룹은 71%가 증상 개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포드맵 식단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 발효되는 올리고당(프럭탄, 갈락탄), 이당류(유당), 단당류(과당), 폴리올(당알코올)을 포함하는 포드맵 성분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이다. 대표적인 포드맵 식품은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유제품, 밀로 만든 파스타와 빵류, 콩류, 꿀, 감미료 등이다. 견과류로는 캐슈너트와 피스타치오가 꼽힌다. 과일은 사과, 망고, 수박이 있고 채소류에선 양파, 마늘, 아스파라거스 등이 포드맵 식품에 속한다.
신 교수는 "포드맵 성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대장으로 이동한다. 삼투압 작용으로장관으로 물을 끌어당겨 장운동을 변화시키고, 대장 세균에 의해 빠르게 발효되면서 많은 양의 가스를 만든다"며 "결과적으로 장운동이 변화해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식이요법은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이다. 하루 탄수화물 섭취를 약 50g으로 제한하는 한편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을 높이고 섬유질 섭취를 최적화한 식단이다. 다만, 저탄고지 식단은 일부 환자에게는 증상 완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권장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특히 고지방 위주의 식사는 일부 환자에게서 담즙 분비를 자극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신승용 교수는 "저포드맵 식단과 저탄고지 식단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저포드맵 식단은 과학적으로 과민성 장 증후군 관리 효과를 입증한 식이요법이지만 저탄고지 식단은 주로 체중 조절이나 대사 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한 식단"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음식에 민감한지 관찰하고, 무조건 식단을 따르는 것보다는 '식이 일지'를 작성하면서 전문의와 함께 조율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완치보다는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갖고 조급해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분명히 증상은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