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사형시켜달라"…사형수, 조기 집행 요청 왜?

"빨리 사형시켜달라"…사형수, 조기 집행 요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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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테드 프라이스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론 건치스. (출처=AP) © 뉴시스


2008년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아론 건치스(53)가 자신의 형을 조기 집행해 달라고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에 요청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건치스는 지난해 12월 31일 탄원서에서 "사형 집행이 더 이상 지연되면 안 된다"며 2월 14일 집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법이 지켜지고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치스는 2002년 11월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당시 여자친구의 전 남편인 테드 프라이스를 납치해 사막 한가운데서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8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2010년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이후 2016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초 건치스의 사형은 2023년 4월에 집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케이티 홉스 주지사가 사형집행을 위한 약물 펜토바르비탈의 '시험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보류하면서 집행은 2년간 지연됐다.

이에 건치스는 지난 2022년 11월에도 자신의 사형을 조속히 집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피해자 가족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형이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리조나주는 2014년 조셉 우드의 사형집행 과정에서 약물 주입 후 사형수가 2시간 동안 고통스러워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8년간 집행을 중단했다.

2022년 주 정부가 사형집행을 재개한 이후에도 약물 투여 과정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해 다시 논란이 일었다. 이에 2023년 애리조나 주지사 케이티 홉스는 취임과 동시에 사형제도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주에서는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홉스의 검토 위원회가 구성된 지 7개월만인 2023년 11월 해산하면서 건치스의 사형집행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자의 유족은 "주지사가 정의 실현과 사건 종결에 대한 우리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조속한 집행을 요구했다.

한편, 사형수가 직접 사형집행을 요청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범죄자들이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1977년 이후 사형을 자발적으로 요청해 처형된 165명의 수감자 중 87%가 정신질환 또는 약물 중독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치몬드 대학의 법학 교수 코리나 레인은 "건치스의 사형이 집행될 경우 펜토바르비탈(약물) 사용으로 또다시 '고문 같은 사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치스가 사형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애리조나주의 사형 절차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애리조나 대법원이 건치스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실상 폐지한 사형제도를 복원하며 재취임한 가운데, 애리조나주의 사형제도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하다임 인턴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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